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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추락사고 유족, 보잉 상대 소송 제기…"1960년대 낡은 시스템이 참사 불렀다"
  • 김종화 기자
  • 등록 2025-10-15 12: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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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시애틀 법원에 14개 유족 가족 소송 접수
  • 전기·유압 시스템 결함으로 조종사들 안전 착륙 불가능했다고 주장

제주항공 추락 사고로 가족을 잃은 유족들이 미국 보잉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제주항공 추락 사고 유족들, 보잉사 상대로 소송 제기 (사진=HERRMANN LAW GROUP)

시애틀에 본사를 둔 국제항공사건 전문 로펌 허만 로그룹은 15일 2024년 12월 29일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2216편 추락 사고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14명의 가족을 대리해 보잉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소장은 킹카운티 상급법원에 사건번호 25-2-30195-8 SEA로 접수됐으며, 1958년에 처음 설계된 구식 전기 및 유압 시스템의 치명적 결함으로 조종사들이 항공기를 안전하게 착륙시키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원고측 수석 변호사인 찰스 허만은 "보잉은 이 비극적인 사고에 대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기보다, `조종사 탓`으로 돌리는, 그간에 보여주었던 낡고 진부한 전략을 반복하고 있다"며 "이 조종사들은 쉬운 표적이다. 조종사들은 승객들과 함께 불길 속에서 목숨을 잃었던 것임에도 그들은 자신을 변호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유족들은 진실을 알 권리가 있다. 한국에서 보잉사에게 외면당한 원고들은 진실을 말하도록 법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미국 법정에서 정의를 추구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소장에서는 보잉의 안전 우선 문화가 쇠퇴한 원인을 1997년 맥도넬 더글라스 인수에서 찾고 있다. 당시 맥도넬 더글라스의 최고경영자였던 해리 스톤사이퍼가 보잉의 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가 되면서 보잉이 "위대한 엔지니어링 회사가 아니라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체로서 운영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는 회사가 엔지니어링 중심 전통에서 벗어나는 전환점을 의미했다.

 

4년 후인 2001년 보잉은 워싱턴주에서 85년간 유지해 온 본사를 시카고로 이전했다. 허만 변호사는 이러한 본사 이전이 회사 경영진이 회사의 명성을 쌓아온 엔지니어들과 멀어졌음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전 우선이 이윤 우선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소장은 보잉이 1968년 제조된 첫 737기부터 2009년 제조·인도된 사고 항공기에 이르기까지 핵심 전기 및 유압 구조를 현대화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이 기간 동안 보잉사는 백업 안전 시스템에 관해 신뢰할 수 있는 현대 기술로 근본적인 업그레이드를 전혀 시행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소장에 따르면 제주항공 2216편은 착륙 중 조류 충돌을 겪었다. DNA 검사 결과 충돌한 새는 무게 약 1파운드의 바이칼 가창오리로 확인됐다. 허만 변호사는 "조류 충돌 이후 일련의 시스템이 고장났다"며 "미국 연방규정에 따르면 항공기 엔진은 최대 4마리의 1파운드 새를 흡입해도 추력이 75% 이하로 떨어지지 않아야 하지만, 이번 조류 충돌로 시스템 고장의 연쇄 반응을 일으켰다"고 설명했다.

 

소장은 조종사들이 좌측 엔진을 정지시키고 즉시 소화기를 작동시켰으나, 우측 엔진은 추력이 55%까지 떨어져 복행을 수행하는 데 빠듯한 수준이었다고 전했다. 발전기는 교류 전력을 생산하지 못했고, 배터리는 백업 전원 제공에 실패했으며, 전기 버스 크로스타이도 작동하지 않았다. 비행 데이터 기록 장치, 조종실 음성 기록 장치, 트랜스폰더가 모두 동시에 작동을 멈췄다.

 

소장은 또한 착륙 전후 항공기를 감속시키는 거의 모든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가장 치명적인 것은 랜딩기어가 제대로 펼쳐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랜딩기어는 비행 중 공기 저항을 증가시킬 뿐만 아니라 바퀴 브레이크는 항공기를 멈추는 데 필수적이다. 엔진의 추력을 앞으로 돌려주는 리버스 스러스터 역시 제동에 중요하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플랩, 슬랫, 스포일러도 전개되지 않았다.

 

허만 변호사는 "이 숙련된 조종사들은 항공기를 간신히 활주로로 되돌렸지만, 모든 시스템의 실패로 인해 안전하게 착륙할 수단을 박탈당했다"며 "항공기는 2,600미터 활주로 중 1,200미터 지점에 시속 175마일로 착륙했다. 너무 빠르고 너무 멀었다"고 말했다. 그는 "항공기는 동체 착륙을 하면서 활주로 끝을 넘어 계기착륙시스템 안테나를 지지하는 콘크리트 구조물에 충돌했다. 충돌과 동시에 항공기는 화염에 휩싸였고, 179명이 불길 속에서 사망했다"고 덧붙였다.

 

1950년 설립된 허만 로그룹은 찰스 허만과 라라 허만이 이끌고 있으며, 찰스 허만은 1983년 소련 미그기에 의해 격추된 대한항공 007편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데 기여해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이 사건은 HBO/BBC 영화로도 제작됐다.

 

허만 로그룹은 대한항공 801편, 중국국제항공 129편, 중화항공 611편, 아시아나 214편, 라이온에어 610편, 에티오피아항공 302편, 스리위자야 182편 사건 등을 성공적으로 대리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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